디지털 카메라 앞의 나르킷수스 - 변웅필의 자화상들

 

정유경

 

디지털카메라를 신체의 연장인 양 사용하는 세대는 자신의 모습에 익숙하다 . 거리며 카페며 심지어 식당에서 음식을 앞에 놓고도 주변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얼짱각도 로 비춰진 자신의 모습에 탐닉한다 . 새로운 장난감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새로운 놀이를 발견한 아이의 열광과 희열이 이와 크게 다를까 . 변웅필의 자화상 연작들은 디지털 카메라 앞에서 다양한 포즈를 취하고 찍은 자신의 이미지를 다시 회화로 작업한 것이라는 점에서 이런 세태와 정서와 동일선상에 있는 듯 하다 . 전통적인 자화상은 물론 거울에 비친 화가의 얼굴을 재현한 것들이다 . 디지털 카메라는 금방 찍은 이미지를 바로 확인하여 취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실지 거울처럼 마주 보이는 자신의 얼굴을 포착한다는 점에서 아날로그 카메라의 순간포착 능력과 거울의 기능을 동시에 구비한다 . 디지털 시대의 자화상이 일찍이 사진을 이용해 온 자화상들과 다른 점은 우선 그와 같은 조건에서 발생한다 . 누군가에 의해 , 혹은 미리 설치된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신의 시선 앞에 스스로를 객체화하는 기묘한 순환관계 , 자폐적인 유희의 기록들이 이른 바 셀프 -카메라의 궤적을 이루는 것이다 . 그 속에서 우리는 거울 앞에서 난생 처음 자신의 이미지를 종합하게 되는 유아와도 같이 희열한다 .

 

일련의 자화상에서 작가는 자신의 얼굴을 꼬집고 , 일그러뜨리면서 브루스 노먼의 90 년대 비디오 작업에 등장할 법한 자해에 가까운 포즈를 취한다 . 흡사 그와 같은 포즈들을 통해 자신의 실존을 확인하려는 듯 얼굴에 가해지는 폭력은 점차 그 수위가 높아져서 급기야 끈이며 플라스틱 테잎 같은 소품들까지 동원된다 . 하지만 역설적인 것은 우리가 보는 이미지 , 즉 회화의 원본이 태생적으로 시뮬라크르 , 즉 디지털 사진의 이미지라는 점이다 . 물론 세상에 실재를 보고 그린 자화상이란 존재하지 않겠지만 이 작가의 경우 카메라의 존재와 디지털 이미지 자체의 중요성이 결정적인 요소임은 여러 가지 사실을 근거로 주장할 수 있다 . 우선 그의 초기 자화상들 중에는 노골적으로 ?거울이 아닌 - 카메라를 들여다보는 시선이 강조될 뿐 아니라 그와 같은 이미지를 좌우 반전시켜 두 개의 거울 이미지를 동시에 설치하는 경우가 있었다 . 게다가 그가 확대하여 그린 거대한 얼굴이 가로방향의 붓질로 층층이 등고선처럼 채색된 방식은 디지털 이미지를 확대할 때 흔히 접할 수 있는 픽셀의 번짐 현상을 반영한다 . 요컨대 이 이미지들에 반영된 것은 작가 자신의 시선만은 아니며 , 어떤 의미로는 그보다 더 강력하게 , 카메라라는 기계의 시선이 자취를 남기고 있다 . 표현매체와 형식이 표현내용을 지배한다는 것은 이런 경우를 가리키는 말일 것이다 .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화면에 , 혹은 그림 속의 거울에 얼굴을 밀어붙인 모습들을 그린 자화상들에서 발견된다 . 이런 유형의 그림들이 캔버스 표면이라는 절대 투과불가능한 회화의 존재론적 장에 부딪힌 이미지의 운명을 보여주는 듯하기 때문이다 . 더 이상 가까워질 수 없는 최후의 절대적 거리 , 눈 앞의 이미지와 우리를 영원히 갈라놓는 경계로서의 캔버스 표면은 그림 속의 가시적 /비가시적 거울로 가시화되고 있다 . 그래서 화가는 운명처럼 그 면에 부딪힌다 .

 

신화 속 나르킷수스가 죽음에 이른 것은 자신의 모습이 비친 샘물에 빠진 탓이 아니다 . 정작 그가 헤어나오지 못한 것은 자신의 이미지를 바라본다는 행위의 중독성이다 . 변웅필의 이 흥미로운 자화상 연작들의 과제 역시 그와 같은 중독을 어떻게 비켜나가거나 벗어날 것인가를 모색하는 데 있지 않나 싶다 .

 

 

 

 

 

Narcissus in front of a digital camera self-portraits of Ung-Pil Byen

 

A generation that uses digital camera as if it was part of body, is familiar with one ’s own features. On the street, in a caf é, or even in a lecture room he/she is addicted to taking pictures of his/her own face. Not unlike the enthusiasm and the rapture of a child who ’s given a new toy. Series of self-portraits of Ung-Pil Byen, painted after his own images taken pictures in various poses in front of digital camera, seem on the same line of this tendency and sentiment.

 

Traditional self-portrait before the advent of photography used to be, of course, a representation of an image reflected on a mirror. Digital camera, however, is not simply snapshotting but also mirroring, in the literal sense of the term, one ’s own image: it captures one ’s images on a confronting viewfinder like a mirror so that allows us to check the taken image on the spot and to choose to take or reject it. Differences between the self-portrait of the digital age and the one produced earlier emerge, in the first place, on this condition. The odd circulation of objectifying oneself in front of one ’s own gaze, records of this autistic play make the path of so-called self-camera. In that we joy like an infant who, for the first time in its life, synthesizes its own image on front of a mirror.

 

In a series of self-portraits the artist appears to pinch and distort his face verging on self-injury, which evokes a certain video work by Bruce Nauman in early 90 ’s. As if those poses confirm his existence, the level of the violence on the face keeps rising to such an extent to bring into play things like string or tape. Nevertheless what is ironic is that the image we are looking at, the original of the painting is by birth a simulacra, a digital image. Of course there is no such a thing like a self-portrait painted after the real. But especially in this case, we have several good reasons for suggesting that the presence of the camera and importance of the very digital image are decisive. Firstly there were works among his earlier canvases in which the gaze looking into a camera lens not a mirror- is emphasized. Secondly such an image is doubled, but reversed, and paired with the original one as two mirror images: infinitely reproducible and manipulable digital images. Moreover the way his immensely magnified faces are painted layer upon layer with horizontal strokes like contour, reflects the pixel smear observed often when a digital image is magnified. In short, what is reflected in these images is not only the gaze of the artist but also, and even more strongly, the gaze of a machine, camera. It must come under this case that the medium and form of expression dominate the contents of the expression.

 

No less interesting point lies in those self-portraits where the artist is pushing his face onto a surface of canvas, or a mirror in the picture. This type of paintings seems to show us the fate of an image faced up to the never-penetrable ontological field of painting. The surface of canvas as the last impossible distance, or the eternal border between us and the image under our very nose is being visualized as the visible/invisible mirror in the picture. Thus the painter bumps against the plane by destiny.

 

Narcissus did not come to die because he accidentally fell into the spring on which he mirrored his face. What he actually could not free himself from is the intoxication with the act of looking at the image of self. The problem these intriguing series of self-portraits of Ung-Pil Byen encounter now, appears also to groping for how to avoid or escape from such an intoxication.

Yookyung Chung(Art H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