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이 된 자화상 : 담화로 통하는 변웅필의 통로

 

진휘연 (성신여대 )

 

자신의 모습을 그 ()의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하는 우리에게 거울은 비추인 것에 대해 진실을 반영하는 도구로서의 절대성을 갖는다 . 인간의 보려는 욕망을 대변해주는 가장 본질적 도구인 거울은 어느 순간부터는 보이지 않는 것도 비추는 , 일종의 기적의 성물 (聖物 )처럼 여겨져 왔다 . 백설공주에 등장하는 왕비는 거울이 진리를 말해주는 지식의 소유자이자 가장 객관적인 판단의 주체로 여긴다 . 자신의 욕구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 거울은 그것을 평가하는 수단으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 . 영화 해리포터에서는 어린 시절 잃은 부모의 모습이 거울 안에서 비추이고 , 거울 밖의 주인공이 함께 나타나서 , 단란한 가족의 영상을 담아내기도 한다 . 이처럼 거울은 현실의 실체를 이미지로 보여주지만 동시에 원하는 소망이나 욕망을 반영하는 이중적이고도 복합적인 존재이다 .

 

인간은 무언가를 보기 원한다 . 정확히 보려는 욕망은 볼 수 없는 것에 대한 더욱 큰 욕구를 불러온다 . 가장 큰 관심의 대상이지만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볼 수 없는 것 , 그것은 바로 자신이다 . ’는 실재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라는 물적 , 심리적 , 정신적 , 영적 존재와 결부시킬 수 있는가는 주체의 형성에 매우 중요한 질문이 되었다 . ’내가 나로서 존재하는 것 에 대한 검증은 개인의 인식 과정을 거치면서 외의 모든 것 , 즉 타아의 나에 대한 인식이 주체에 대한 중요한 열쇠로 작용함을 알게 된다 .

이런 과정의 통합으로 를 관찰하고 , 에 대한 이미지의 조각들을 모아서 , ’를 적극적으로 구성함으로써 비로소 나는 물적 , 사회적 , 심리적 존재인 주체 가 된다 . 거울은 타아의 시선처럼 주체를 객관적인 대상으로 만들고 가시화한다 . ’는 나의 이미지를 거울을 통해 바라보며 , 나와 거리를 둔 , 떨어져 존재하는 그것과 나를 연결시키는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

는 내 눈으로 직접 볼 수 없는 , 물리적인 비목격의 대상이자 동시에 심리적 비목격의 대상이기도 하다 . 결국 주체의 형성은 열려있기도 하지만 , 늘 불안정성을 수반하기도 한다 . 자신의 파악은 때로는 감정에 의해 흐려지고 , 막혀서 , 본질적 대면을 방해받기도 한다 .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자신에 대한 더 큰 환상과 내용을 담보하게 만들기도 한다 .

 

거울은 주체 의 모습을 하나의 이미지로 제시한다 . 거기에는 진실도 있지만 , 보고자하는 욕망이 담긴 시선이 개입할 수 밖에 없다 . 그런 점에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시선이기보다는 라캉의 용어처럼 응시 를 전제로 한다 . 거울은 욕망을 함께 투사하고 , 욕망이 담기지 않은 시선은 자기 를 비추는 거울에서는 성립할 수 없다 . 욕망을 담은 시선은 보이는 대상에 대한 강박증을 가진 채 , 계속 볼 것을 주장하고 원하게 된다 . 거울은 그러면서도 눈속임의 어법을 강하게 갖춘다 . 보이는 것이 그대로 존재하리라는 믿음 , 그것은 창에 비견되었던 시각예술의 전통과도 관계있다 . 결국 거울은 진실을 은폐하는 가장 논리적 도구가 되면서 , 이미지와 실재간의 간극을 형성해주는 역할을 한다 .

 

존재와 거울 사이에는 엄청난 거리가 있다 . 보이는 것과 실재간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인간은 이야기를 생각해낸다 . 이야기의 힘은 환영과 실재를 이어주는 , 진실일 수는 없지만 진실처럼 보이게하는 힘을 갖는다 . 여기서 인간의 흥미가 발생된다 . 결국 이야기는 시각적 기억에서 출발한다 . 보려는 욕망이 만들어낸 근거이기도 하다 . 보이는 것과 보고자 하는 것 간에는 인간의 욕망만큼의 거리가 존재한다 . ‘를 둘러싼 응시에서 시작된 관찰은 나와 타아 , 그리고 모두를 둘러싼 세계 간의 무한한 이야기를 생산해내게 된다 .

 

과거에 초상이나 인물화가 기록의 의미와 인간의 유한함 , 또 개인의 우상화라는 덕목에서 시작되었다면 , 모더니즘을 거치면서 인물화는 좀 더 개인의 감정이나 심리적 관계의 범주로 이동하더니 , 이후에는 조형성의 탐구와 연결되면서 화면의 구성적 측면을 담당하기에 이른다 . 대중 매체의 영향이 미술에 끼치게 되면서는 , 초상 , 인물화는 인간을 다루는 매체의 시각에 압도당하면서 , 감각적인 표현과 대중성이라는 두 개의 축을 왕래하면서 발달하게 된다 .

변웅필은 자신의 얼굴을 통해 이 모든 역사와 담론에 도전하고 있다 .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변형시키지만 그의 목적은 전혀 대단하지 않다 . 자화상이라고 하기에는 작가를 설명해주는 어떠한 내용도 포함되어있지 않다 . 머리털이나 눈썹을 그리지 않은 이목구비는 생각보다 생경하다 . 그러나 어떤 시각적 충격이기엔 화면은 비교적 평이하다 . 손으로 일그러뜨린 얼굴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못하고 , 여전히 한 사람의 모습 그대로이다 . 자신의 얼굴을 일그러뜨림으로써 작가는 자신으로부터의 사소한 , 또는 미미한 거리를 만들고 가장 보편적인 이미지로서의 자화상을 거부하고 있다 . 그러나 여전히 그의 관심은 자신을 형성하는 이미지의 맥락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 작가의 얼굴은 마치 거울에 비친 그의 모습처럼 자신을 객체화 시키지만 조금 낯설게 변형된 얼굴들은 모두 작가를 알리는 기표로서 , 그와 다시 연결되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

 

나의 모습에서 내가 발견하지 못한 무언가를 찾으려는 여정과 욕망은 분명히 그의 작업을 끌고 가는 힘이 될 것이다 . 자신의 모습을 하나의 이미지로 보고 , 그것을 그려내는 작가는 거울처럼 자신의 모습을 열어 , 그림 밖의 관객들을 포함 , 그것을 바라보는 자신을 초청 , 하나의 이야기를 형성하려고 하는 것이다 .

 

자화상을 유화로 그린 반면 , 연필과 수채로 그려낸 작은 크기의 드로윙은 소박한 제목들이 붙어있다 . 인물들은 성별 , 나이가 크게 부각되지 않은 채 , 설명이 매우 불충분한 공간 안에 놓여진다 . 물론 그들이 보여주려는 것은 부정확하다 . 그만큼 관객이나 독자의 개입이 활성화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 드로윙은 일단 매우 재미있다 . 이야기들은 절대 낯익지 않은 인물과 기이한 사물들이 연합함으로써 , 공간과 환경의 보편적 범주를 뛰어넘고 있다 . 선문답 같은 제목들도 한 몫 한다 .

작가 변웅필의 개입은 여기서도 그림 밖에 서 있는 듯 조심스럽다 . 이야기의 생성은 주체의 존재가 작아지거나 사라져갈 때 더욱 왕성해진다 . 그는 자신을 내면에서부터 드러내기보다는 , 주체로서의 자아 를 외부로부터 살펴본다 . 그것도 매우 조심스럽고 경건하게 .

그는 내가 아닌 나 또는 나로부터 거리 -만들기를 통해서 자기를 지우고 , 자신을 낯설게 하려고 시도한다 . 그런데 바로 그 순간 그의 존재가 끊임없이 표면으로 떠오르게 된다 .

 

변웅필의 작업은 하나의 이미지이지만 ,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다 . 그런데 , 이야기는 특별한 미술사적 맥락도 , 이야기 자체의 맥락도 갖지 않고 ,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 스스로를 구별하고 , 소외된 이미지의 상징으로 자신의 얼굴을 삼는 작가 . 그런 점에서 그의 자화상은 거울처럼 많은 관계와 욕망을 포함하고 있다 .

그의 드로윙도 그런 소소한 격리의 분절점들을 갖고 있다 . 상관관계를 찾아보기 힘든 물건들 , 상형문자들처럼 단절적인 언어들을 내포한 그의 드로윙은 앞으로 그의 작품에서 점차 더 큰 비중을 차지하리라 믿는다 . 이미지는 통합을 거역하고 , 단일한 방향을 갖지 못하고 화면을 채우지만 , 그렇다고 그냥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 모자라는 설명이 더 다양한 의미로 읽힐 수 있는 가능성은 관객들의 작품에 대한 개입에 달려 있으니 , 주체로서의 그들의 활동의 폭이 변웅필의 작품을 통해 왕성하게 자극받기를 기대해본다 .

 

 

 

 

 

Self-Portrait Becomes a Mirror: Byen Ung-Pil's Passage to Conversation

 

Jin, Whui-Yeon (Sungshin Women's University)

 

To us who want to confirm ourselves through his(her) eyes, the mirror gains absoluteness as a tool that reflects the truth of what it faces. The mirror, which is the most essential tool that represents humans' desire to "see," has been considered as a sort of miraculous holy object that reflects even the invisible ever since a certain point in time. The queen in Snow White considers the mirror as a bearer of knowledge who tells the truth, and a subject of the most objective judgement. In the process of realizing her desires, the mirror is an indispensable means to make evaluations. In the film Harry Potter, the hero's parents, which he lost when he was little, are reflected in the mirror together with the hero himself, projecting an image of a happy family. Thus, the mirror shows the essence of reality as an image, but at the same time it is a dual and complex object that reflects hopes or desires.

 

Humans want to see something. The desire to see exactly brings a greater desire for what cannot be seen. An object of the greatest interest, but what cannot be seen directly through one's own eyes that is oneself. "I" exist but how can this be combined with the physical, psychological, mental and spiritual being known as "I?" This has been a very important question in the forming of the subject. As the validation of "I existing as myself" goes through a recognition process of the individual, we learn that everything other than "I," or perception of "I" by others act as an important key to the subject. In such a combined process, by observing "I," gathering pieces of images of "I" and actively composing "I," finally I become the physical, social and psychological being as a "subject." The mirror makes the subject into something objective and visualizes it like the gaze of others. "I" look at my image through the mirror to repeat the process of connecting myself with what maintains its distance with me and exists separate from me. "I" am an object of physical non-witness, which cannot be seen with my own eyes, but also an object of psychological non-witness. Ultimately, formation of the subject is open, but is always accompanied by instability as well. Understanding oneself is sometimes blurred and blocked by emotions, which interfere with essential confrontation. The fact that one cannot see could also create a greater fantasy about oneself.

 

The mirror presents the appearance of the "subject" as a single image. There is truth there, but it is inevitable that the eye with the desire to see intervenes as well. In that sense, one's image reflected in the mirror is not based on the eye but rather on the gaze, as described by Lacan. The mirror projects desires as well, and the eyes without desires cannot be in the mirror that reflects "oneself." The eyes containing desires carry a compulsion to continuously look at the visible object. Meanwhile, the mirror equips itself with a powerful structure of deception. Faith that what is seen will exist that way is also related to the tradition of visual art, which has been compared to a window. Consequently, the mirror becomes the most logical tool to conceal the truth, playing the role of forming a gap between the image and the reality.

 

There is a great distance between the being and the mirror. To fill in the gap between what is seen and the reality, humans make up stories. The power of the story has the power to connect illusion with reality, to make something that cannot be the truth look like the truth. This triggers humans' interest. Ultimately, the story begins from visual memory. These are grounds created by the desires to see. Between what is seen and what people want to see, there is a distance as far as the desires of humans. Observation, which began from the gaze concerning "I" now produces infinite stories surrounding others, everyone and I.

 

If portraits or paintings of human figures started from the significance of documentation, limitedness of humans, and idolizing in the past, during the age of modernism, portraits moved to a realm of individual emotions or psychological relations, and later they were connected with inquiries into formativeness to take over the compositional aspects of the picture-plane. As mass media began to influence fine art, portraits were overwhelmed by the perspectives of media that dealt with humans, and developed between the two axes of sensual expression and popularity.

 

Artist Byen Ung-Pil challenges all this history and discourses through his face.

 

Though he transforms his face with his hands, his objective is by no means extravagant. To call it a self-portrait, there is no contents to describe the artist. The ears, eyes, mouth and nose without hair or eyebrows are stranger than expected. But to be called a certain visual shock, the picture-plane is relatively easy. The image of the face distorted by the hands do not alter the appearance of the person so much. By distorting his face, the artist creates a small distance from himself, and rejects the self-portrait, as the most universal image. But his interest is still in the context of images that form him. The face of the artist objectifies him like an image reflected in a mirror, but the faces transformed to look a little bit strange are all signifiers that represent the artist, which repeat the process of being linked to him again.

 

The passion and desire to find something I have not discovered in my appearance clearly serves as a force to carry on his work. The artist, who sees his own appearance as an image and paints it, opens his appearance like a mirror, includes the spectators outside the painting, and invites himself, who is gazing at it into it, to form a story.

 

While the artist's self portraits are painted in oils, the little drawings done with pencil and watercolors have humble titles. The figures are placed in a space of insufficient explanation without clearly stated gender or age. Of course what they are trying to show is inaccurate. This gives some room for spectators' or readers' intervention to be activated. The drawings are quite interesting. By uniting completely unfamiliar characters and strange objects, the stories transcend the universal boundaries of space and environment. The Zen dialogue-like titles also play a role in this. Intervention of the artist Byen Ung-Pil is cautious as if he was standing outside the painting in this case as well. Generation of the story becomes more abundant when the existence of the subject becomes smaller or disappears. Rather than revealing himself from the inside, he examines the "self" as the subject from the outside in a very carful and solemn way. He attempts to erase himself through creating a distance between "I who am not I" and I. But that is the very moment that his existence endlessly rises to the surface.

 

Byen Ung-Pil's work is a single image, but it includes stories. However, the stories do not have particular art-historical contexts, or even contexts as stories. They do not belong to anything. The artist makes a distinction of himself and uses his face as a symbol of the alienated image. In this sense his self portraits include many relations and desires like a mirror. His drawings also have such dividing points of trivial isolation. I believe his drawings, which contain objects difficult for us to find any relevance, and languages isolated like hieroglyphic characters, will take over an increasingly larger proportion in his works in the future. The images rebel against integration and fill the picture-plane without a unified direction, but they are not "just" existing either. Since the possibility of the insufficient explanation to be read with more diverse meanings relies on the spectators' intervention in the works, let us expect that the scope of their activities as subjects are fully stimulated through Byen Ung-Pil's wor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