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웅필, 세필로 살려낸 'SOMEONE'...'눈, 코, 입' 므흣
등록 2021.11.22 15:54:37수정 2021.11.22 16:17:41
[서울=뉴시스]변웅필, SOMEONE, 2021, Oil on canvas, 90cm x 146cm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민머리 자화상'은 이제 혼자가 아니다. 누군가와 함께 비비고 부빈다.
변웅필(51)작가의 신작전이 4년만에 열렸다. 22일 서울 청담동 호리아트스페이스와 아이프아트매니지먼트에서 선보인 개인전은 '얼굴 잔치'다. 파스텔톤 색감에 얼굴 형상이 담긴 70여점을 선보인다.
작가 변웅필은 "인물들은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했다. 거리두기 시대여서 일까. 마스크도 없이 한 얼굴처럼 맞대고 부비는 모습이 이질적이면서도 옛날 감성을 돋게도 한다.
단순화된 인물들은 '마스크 시대'여서 탄생했다. 작가는 "코로나 시대에 마스크를 쓴 인물들은 무슨 표정을 짓는지 감정을 갖는지를 알 수 없다"며 "그저 보여지는 모습으로 상상할 수 밖에 없다. 이번 70명의 인물들 역시 그런 익명성과 보편성을 최대한 단순화시켰다"고 했다.
자신의 얼굴을 짓궂은 놀이를 즐기듯 이리저리 일그러트리고 강렬했던 초기 자화상과 달리 신작은 불필요한 감정이 최대한 배제됐다.
"서양화 재료를 사용했지만, 완벽함보다는 뭔가 약간 모자란 듯 비움을 추구한 동양의 감성도 담았다"는 그는 전업작가로서 20년, 여전히 "회화는 무엇인지, 그림이 무엇인지"가 화두다.
"화가로서 가장 기본적인 물음을 묵묵히 실천해가고 싶었다"는 그는 "그래서 가장 기본 색깔인 오방색을 나름대로 해석한 색조를 바탕으로 선과 면만으로 기본의 조형성을 완성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인물의 '내면적 초상'을 그리는 변웅필 작가가 22일 서울 강남구 호리아트스페이스&아이프라운지에서 개인전 'SOMEONE' 기자간담회에 앞서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2021.11.22. pak7130@newsis.com
2000년대 초반 독일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서울은 그를 환대했다. 얼굴을 거대하게 담아낸 '자화상'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2009년 스타작가로 등극했고 미술시장 인기작가로 유명세를 누렸다. 세월이 흘렀고, 촉망받는 젊은 작가에서 어느덧 50대 중견 작가가 되었다. 미술시장은 급변했지만, 화가는 쉽게 변할 수 없다. 거북이처럼 느리지만 끈질기게 밥벌이를 하고 있다.
서울에서 강화도로 내려가 작업실을 짓고 하루하루 그림을 그리며 세상을 살아내고 있다.
매끈하고 깔끔한 그림이 흔적이다. 세필을 사용하는 작업은 고도의 집중력이 힘이다. 한쪽 방향으로만 칠하는 붓질이 특기로, 얼룩하나 없는 붓질로 완결됐다. 온 정신을 작품에 쏟았다는 증거다.
그의 대표작 ‘민머리 자화상’ 시리즈가 독일에서 이방인으로서 느꼈던 감성적 결핍의 이야기였다면, 15년간 한국에서 다시 살며 어른이 된 그가 새롭게 내놓은 작품은 '세상에 스며듦'의 미학을 보인다.
[서울=뉴시스]변웅필, SOMEONE, 2021, Oil on canvas, 146cmx112cm
강렬한 표정에서 벗어나 가벼워진 드로잉처럼 보이는 이번 신작전 타이틀은 'SOMEONE'. 누군가와 함께한 작품은 뾰족함을 지우고 따뜻함으로 변신한 작가의 모습이다. 아이 같기도 어른 같기도 한 그림은 작가와 닮았다. (나이 지천명을 넘었지만 피터팬 같은 소년의 모습이 있다.)
수많은 인물 그림은 여백의 선으로 단순미가 돋보인다. 색과 색 사이 가느다란 선으로 살린 눈, 코, 입, 어깨라인이 압권이다. 마치 일필휘지로 동양화 난을 친듯한 기운생동 한 선의 미학을 보는 듯하다. 전시는 12월30일까지.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인물의 '내면적 초상'을 그리는 변웅필 작가가 22일 서울 강남구 호리아트스페이스&아이프라운지에서 개인전 'SOMEONE'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1.11.22. pak713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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