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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한 사람으로서의 자화상- 밴드 ll 120cm x 100cm Oil on canvas 2017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독일 유학중이던 2002년부터 그리기 시작한 자화상은 햇수로 15년째 이어지고 있다.
변웅필 작가(48)의 브랜드가 된 이 그림은 우리나라 미술컬렉터라면 누구나 알만한 존재감이 있다. 2006년 국내미술시장이 후끈할때 떠올라 '너도 나도 컬렉터'들의 통장을 열게 했다.
'꽃미남'도 아닌 '민머리 자화상'이 인기를 끈 이유는 배경에 있다. 눈썹도 없고 옷도없이 벌거숭이 남자는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깨침이 담겼다.
독일에서 공부하던 작가가 현지인들로부터 이유없는 차별을 느낀건 외모때문이었다. 백인이 득세하는 나라에서 황인종인 그는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요즘 유행어로 '이러려고 화가가 되려고 했나…' 자괴감도 들었지만 본분을 잊지 않았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틈틈이 노트에 한 인물 드로잉은 남자도 여자도 어른도 아이도 아닌 사람이 두각을 나타냈고, 그렇게 자화상이 탄생했다.
【서울=뉴시스】한 사람으로서의 자화상- 실 150cm x 130cm Oil on canvas 2017
무표정한 남자가 눈길을 끄는건 정면을 빤히 바라보는 동그란 눈동자에 있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쏘아보는 듯한 눈빛탓에 보는이까지 '눈싸움 대결모드' 태세를 갖추게 한다.
작품은 붓질 내공으로 빛나는 살색 같은 피부색이 특징이다. 작가는 "피부색은 빨강과 녹색을 기반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어릴 때 티브이 색조정할 때 한 쪽 끝으로 돌리면 빨강, 다른 쪽은 녹색으로 변했던 기억이 있었는데 그것에 기반을 두고 빨강과 녹색 물감을 색 종류별로 사서 각각 혼색을 해보고 가장 적합한 피부색을 찾은색이에요"
LTE처럼 빠르게 변하는 세상속에서, 특히 '자화상'인데도 10년 넘게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한남동 조은갤러리 초대로 오는 14일부터 ‘한 사람으로서의 자화상’ 개인전을 연다.
【서울=뉴시스】한 사람으로서의 자화상- 앵두 120cm x 100cm Oil on Canvas 2016
희망 보다는 '모멸의 시대', 변웅필 자화상이 재생되는 이유다. '나는 나, 너는 너', '우리 아니면 적'으로 각박해지는 세파속에서 얼굴을 일그러트리고, 앵두로 입을 가린 자화상이 묻는다.
"아름다움, 추함, 인종·남녀 차별, 계급과 권력 부자·빈자… 수많은 선입관과 편견들로부터 너는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전시는 5월 10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