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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웅필, 14일부터 개인展

 

무표정한 자화상 연작 24점
인간 존재 새로운 성찰 요구

 

‘민머리 초상화’로 유명한 변웅필(47·사진) 작가의 그림 속 얼굴에는 표정이 없다. 웃음, 슬픔, 분노, 짜증 등 감정을 동반한 얼굴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도 발견할 수 없다. 아예 한 개체의 특징이 조금이라도 엿보여서는 안 된다는 듯이 눈썹과 머리카락마저 얼굴에서 제거해 버렸다. 그처럼 무표정한 얼굴 근육을 짓궂게 손가락으로 찌그러뜨리거나 아니면 화투나 꽃, 실, 반창고 등으로 가린 채 관객을 응시한다.

 

변 작가가 3년 만에 서울 용산구 한남동 갤러리조은(02-790-5889)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14일 개막해 5월 10일까지 계속될 이번 전시에서 그는 ‘한 사람으로서의 자화상’ 연작 24점을 선보인다. 모두 최근작이다.

 

동국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변 작가는 1996년 독일로 유학을 떠나 뮌스터쿤스트아카데미에서 10년간 공부했다.

 

“현지인들로부터 이유 없는 차별을 종종 느꼈는데 외모로부터 비롯된 선입견 때문인 것 같았어요. 그때 나만의 고유한 얼굴을 자의적으로 일그러뜨리거나, 특정 부분을 감추고 보여 준다면 어떻게 받아들일까?라고 생각했어요. 2002년부터 드로잉 형태로 얼굴을 그렸어요. 머리카락도, 눈썹도, 피부색도 지워 나라는 정체성을 모두 없애버렸죠.”

 

드로잉 작업은 진화해 자화상 시리즈로 자리 잡는다. 그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기본 드로잉 후 이를 카메라로 촬영한다. 컴퓨터에서 수정 보완 작업을 거쳐 캔버스 위에 유화로 옮긴다. 특히 그는 화면을 ‘가로 방향 붓 터치’로 채운다. 갤러리의 강한 조명 아래서는 가로 방향선들이 더 빛을 발한다. 마치 비단결 같다. 반면 일반적인 붓질은 방향이 제각각이어서 얼룩져 보일 수 있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2006년 귀국 후 변 작가의 자화상 연작 시리즈는 큰 주목을 받았다. 독립 큐레이터 황정인은 “그의 그림은 초상화에서의 기본 규칙들을 어기며 뒤틀린 얼굴을 관객의 눈앞에 들이밀어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며 “인간에게 온전하게 하나의 진실된 모습은 없으며, 개개인의 경험과 판단에 아슬아슬하게 의존해 자신이 보고 싶은 인물의 모습을 판단해 바라볼 뿐임을 암시한다”고 설명했다.

 

인간을 평가 대상으로 삼아 타자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 모두의 얼굴’이기도 한 그의 자화상은 인간 존재에 대한 새로운 성찰을 요구한다. 작가노트에서도 그는 이렇게 밝혀놓고 있다.

 

“너무도 주관적 시선인 아름다움과 추함의 경계, 아직도 공공연한 피부색으로 인한 인종적 차별, 서로 경험해보지 못한 성별에 따른 섣부른 태도, 그리고 직업과 사회적 위치에 따른 계급적 판단 등. 이런 수많은 선입관과 편견들로부터 나 또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