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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김윤섭 소장의 바로 이 작가 - 변웅필]

 

[한경 머니 =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미술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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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캔버스에 유채

 

노동자는 실적을 남기고, 과학자는 업적을 남긴다면, 예술가는 흔적을 남길 것이다. 흔적은 작품이며, 그 작품들을 어떻게 후세에까지 기억되게 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미술관이나 박물관, 재단, 기관 등 현물이 직접 보존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작가와 작품에 대한 기록이 역사 속에 남겨지는 예도 있다.

 

웬만한 미술가라면 미술 교과서 한두 곳에 작품이 수록되길 희망할 것이다. 그런데 국내 6종의 중고등학교 미술 교과서에 작품이 소개된 작가가 있다. 40대 후반의 변웅필 작가가 그 주인공이다. 변 작가는 흔히 ‘인물화가’로 알려져 있다. 주로 자화상을 모티브 삼아 얼굴이 일그러지거나 일부가 가려진 형상, 손이나 사물 간의 조화를 화면에 적절하게 풀어내고 있다. 그렇다면 왜 자화상 시리즈를 고집할까? 그의 오랜 해외 유학 시절과 연관이 있다. 변 작가는 20대 중반부터 30대 중반까지 11년간 독일에서 유학 생활을 했다. 이 기간은 그에게 아마도 ‘감성적으로 가장 날선 시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전혀 익숙하지 않은 낯선 풍경과 풍습, 결코 교감하기 쉽지 않은 낯선 이들과의 어울림을 홀로 극복해낸다는 것이 얼마나 녹록지 않았을까 충분히 짐작된다.

 

 바로 이방인으로서 생활할 수밖에 없었던 긴 유학 생활은 ‘독창적인 자화상 시리즈’의 단초가 됐다. 물과 기름처럼 아무리 몸을 비벼도 마음까지 섞일 수 없는 환경 속에선 본인 자신마저 낯설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 자신을 모티브로 한 변 작가의 인물화가 남다른 것 역시 ‘타자화된 자화상’이기 때문이다. 작품 제목에서 등장하는 ‘한 사람으로서의 자화상’이란 말도 ‘온전히 내 자신에게만 머무를 수 없는 객관화된 나의 본질성’을 탐구하는 과정일 것이다. 불특정한 한 사람으로 표현한 자화상 속엔 ‘유학 시절 타인으로부터 받은 선입견’까지 녹아 있다. 


작품의 제작 과정을 살펴보면, 그가 자화상을 통해 어떤 감성을 전하려는지 좀 더 명확해진다. 우선 떠오른 아이디어가 정해지면 기본 드로잉 작업에 따라 사진 촬영을 한다. 이후 완성될 이미지를 엿볼 수 있도록 컴퓨터에서 수정 보완 작업을 거치고, 그 이미지 도상을 바탕으로 캔버스 위에 유화로 옮긴다. 이 과정에서 특이한 것은 ‘선과 색을 얹는 붓질의 방법론’이다. 화면의 모든 부분을 ‘일정한 두께와 너비의 가로 방향 붓 터치’만 고집한다. 바로 이 점이 기존 자화상과 달리, 변웅필만의 ‘불특정한 인물화로 객관화한 창의적 자화상’을 탄생시키는 중요한 요소가 되는 셈이다.

 

나아가 작품의 특징을 결정짓는 핵심 키워드를 5가지 정도로 대략 요약할 수 있다. 먼저 자기애(自己愛)에 대한 표현으로서의 ‘자화상’을 시작으로, 독창적인 색조로 표현한 인물의 ‘피부색’, 감상자를 똑바로 응시하는 주인공 시선의 ‘정면성’, 군더더기의 스토리텔링 요소를 걷어낸 ‘단순성’, 일체의 선입견을 지양하는 개별화된 ‘정체성’ 등이다. 결국 작품에 담긴 중심 메시지는 ‘개성을 배제한 자신의 모습을 통해 일반적인 선입견과 차별에 대한 문제점을 객관적 시선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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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으로서의 자화상-연필, 사과3, 분홍장갑, 78(시계방향 순)

 

변 작가가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게 된 것은 ‘민머리 자화상’ 시리즈이지만, 그의 표현 영역은 매우 다양한 조형 코드를 섭렵하고 있다. 그는 한국에선 회화를 전공했지만, 독일 유학 시절엔 입체조형을 함께 공부했다. 실제로 독일 활동 시기엔 평면 작업과 더불어 대형 인물 입체상으로 큰 주목을 받았으며, 주요 기관에 소장되기도 했다. 또한 회화 작업과 동시에 드로잉 작업에도 남다른 애착을 보여 왔다. 하루에 한 점씩 빠짐없이 드로잉 작업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중계하기도 했었다. 그중에서 10여 초 내외의 2D 애니메이션 형식의 드로잉 미디어 작업은 짧지만 매우 인상 깊은 감흥을 전해주기도 했다.

 

좀 더 가벼운 드로잉 형식의 작업 방식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아마도 평생을 복용해야 할 안정제처럼, 내면의 트라우마에 의한 상처를 치유하는 그만의 치유 방법일 수도 있다. 전 인생에 있어 ‘감성적으로 가장 예민한 시기’에 서로 다른 문화적 정체성을 체감한 후유증은 그를 괴롭히는 요소임과 동시에 그를 지켜내는 에너지원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변 작가 역시 “독일 유학 생활의 기억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며 “예술가적 인성과 습성이 형성된 시기임과 동시에 이방인으로서 온갖 편견과 터부에 맞서고 버텨야만 했던 치열한 시간이었다”고 회상한다.

따지고 보면 변 작가가 남성도 여성도 어른도 아이도 아닌 ‘어정쩡한 중성화된 인물 자화상’을 창조해낸 배경도 그 ‘낯섦’으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봤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편협하고 일반적인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 머리카락과 눈썹을 밀어버린 것이 ‘민머리 자화상’인 셈이다. 그 인물이 어떤 사물을 들거나 착용하고 포즈를 취해도 한결같이 무표정으로 처리된 이유도 짐작이 된다. 그것은 감정이 엿보이지 않아 심심한 것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어쩔 수 없이 감정을 절제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더욱 애절하게 와 닿는다. 화면 속 주인공들이 애써 감정을 삭이고 있는 대신, 바라보는 이의 내면에선 동병상련의 감정이 되살아난다.

 

변 작가의 작품 가격은 인지도나 연륜에 비해 아직 낮은 편이다. 10호(53×45.5cm)가 250만 원, 50호(116.8×91cm)는 700만 원, 100호(162×130cm) 정도가 1200만 원 수준이다. 물론 일정한 가격은 정해져 있지만, 같은 크기의 작품이라도 작품의 구성이나 완성도에 따라 가격이 다소 다르게 책정될 수도 있다. 지금의 가격은 5년 전에 비해 20% 정도 상향된 것이며, 내년 정도에 일부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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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변웅필


변웅필(1970년~) 작가는 동국대 미술학과와 독일 뮌스터미술대 석사와 마이스터 과정을 졸업했다. 그동안 ‘옥림리 23-1’(UNC갤러리 서울, 2014년), ‘한 사람’(갤러리현대 윈도우 서울, 2013년), ‘한 사람’(아리랑갤러리 부산, 2012년), ‘한 사람으로서의 자화상 1 & 1/4’(갤러리현대 서울, 2009년) 외 10회의 개인전을 가졌다.


또한 ‘내일을 위한 한국 현대미술의 다색화 2030’(DDP 서울, 2016년), ‘한국의 초상미술-기억을 넘어서’(전북도립미술관 전북, 2014년), ‘코레안 아트 투데이’(주인도 한국문화원 인도, 2013년), ‘SeMA 청년 2012: 열두 개의 방을 위한 열두 개의 이벤트’(서울시립미술관 서울, 2012년) 등 100여 회의 기획 단체전에 참여했다. 또한 뮌스터미술대 대상, DAAD외국인학생 장학금, 쿤스트아스텍프 미술상, 2005년 아도 미술대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주요 작품 소장 장소로는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서울시립미술관, OCI미술관, 인천문화재단, 독일의 MARTA현대미술관·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주 행정대법원 등이 있다. 더불어 지학사 중학교, 천재교육 고등학교, 미진사 고등학교 등 미술 교과서에도 작품이 수록됐다. 현재 강화도 작업실에서 전업작가로서 활동 중이다.

 

김윤섭은…
김윤섭은 미술평론가로서 명지대 대학원에서 미술사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및 서울시립미술관 작품가격 평가위원, (사)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전문위원, 대한적십자사 문화나눔프로젝트 아트디렉터, 교보문고 교보아트스페이스 기획위원, 숙명여대·세종대 미술대학 겸임교수 및 수원대 미술대학 대학원 객원교수,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 등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