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hankookilbo.com/v/b6736be65d0d43fabfc4a19258ea07d1
논란이 되고 있는 것과는 달리, 국립현대미술관장이 자연인으로서 외국인이냐 한국인이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국적을 불문하고, 전문인으로서 한국과 한국미술을 잘 알고, 아시아와 세계의 현대미술에 대해서도 이해가 깊고 경험이 풍부한 관장이 선임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최근 접하는 언론보도에 의하면, 관장선임과정은 후보에 대한 전문적 평가 이전에 윤리적인 질문을 낳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국립현대미술관장 후보에 바르토메우 마리(49·사진) 전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이하 MACBA) 관장이 유력하다고 한다. 그는 재직 당시 <짐승과 주권 The Beast and the Sovereign>전을 행사 직전에 취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페인군주제를 풍자하며 예술과 권력의 관계를 비판적으로 다룬 이네스 두작(Ines Doujak) 작품 <정복하기 위한 발가벗음>(Not Dressed for Conquering)이 전시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또 이 사건으로 인해 이 전시를 준비한 두 명의 큐레이터가 해고되었다.
문체부는 다른 후보자들의 ‘자격미달’을 이유로 국립현대미술관장 자리를 해가 넘도록 비워두었다. 왜 그렇게 오래 지체되어야 했는지도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또 그렇게 오랜 시간을 끌 정도로 자격기준에 엄격하다면, 예술의 자율성을 확고히 지켜야 할 미술관장직으로 왜 하필 아직 검열 논란의 와중에 있는 인물을 선임하려 하는지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당시 전시에 참여했던 작가 조르지 리발타(Jorge Ribalta)는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MACBA의 운영주체는) MACBA 재단으로 불리는 개인 재단이다. 이는 MACBA 재단과 그 의장인 레오폴도 로데스(Leopoldo Rodes)가 알려졌다시피 이전의 왕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마리는 언제나 전시를 취소하라는 상부의 어떠한 압력도 없었으며, 이 모든 것이 그의 개인적인 결정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진실여부와 무관하게 억압적인 효과는 다르지 않다. 검열과 자기검열의 차이는 무엇인가? 관장의 결정은 명백하게 현재의 지배적인 과두정부를 공적인 희화화에서 보호하기 위한 압력과 같은 선상에서 결정된 것이다.”
이러한 증언은, 최근 국내의 공공 문화예술기관에서 일어나고 있는 자발적, 비자발적 검열과 바르토메우 마리 씨의 선임 역시 ‘같은 선상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닌지 깊은 우려를 낳는다. <짐승과 주권>전 파행에 대한 논란은 현재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권의 검열과 감시, 국정교과서의 무리한 추진으로 대변되는 구시대 통제사회로의 대대적인 회귀와 무관하게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영화 ‘다이빙벨’ 상영으로 인한 부산영화제 예산지원 삭감, 연극계의 사전 검열, 광주비엔날레 홍성담 그림 철거뿐만 아니라 각종 공공 문화예술기관에서 벌어지고 있는 크고 작은 편향지원과 자기검열 등의 최근 사태는 이러한 우려가 이미 현실이 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가 <짐승과 주권>전의 파행에 주목하는 것은, 권력기관의 직접적인 통제만이 아니라 민간 전문가에 의한 사전검열, 즉 권력을 내면화하여 ‘알아서 기는’ 행태, 가신의 정치가 점점 일상의 문화 속으로 깊이 스며드는 것을 목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 간다면 미술관은 더욱 온순해질 것이고,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현대미술의 비판적 상상력은 장려되기는커녕, 시도조차 되지 않을 것이다.
현대 예술의 가치에 대한 모든 논란이 성립하는 전제는 예술의 자율성이다. 지금 도처에서 문화 예술의 자율성, 독립성이 흔들리고 있다. 이러한 위기에 맞서지 않는다면, 우리는 가까운 미래에 수치심의 기억조차 잃어버린 시대를 살고 있을지 모른다.
아래 서명한 우리 미술인은, 국립현대미술관장 선임에 즈음에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힌다.
1.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현대미술관장의 유력한 후보인 바르토메우 마리 씨는, <짐승과 주권>전 파행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1. 정부는 예술의 현장과 무관한 관료적 문화행정을 중단하고,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선임의 지체와 신임관장 선정과정 및 기준에 관한 공청회 등, 열린 토론의 장을 즉각 만들어야 한다.
1. 국립현대미술관을 위시한 공공 미술기관에 대한 실질적 독립성을 전면 확대해야 한다.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말라.
1. 예술의 자율성을 훼손하는 모든 종류의 검열과 감시에 강력히 반대하며, 예술의 자율성과 독립성 회복을 위해 다양하고 줄기찬 노력을 기울인다.
2015년 11월 11일 오후 2시까지 서명한 미술인 명단 (가나다 순)
?Min Ohrichar 강은엽 강정석 고등어(김다정) 고아빈 고윤정 공도영 공성훈 곽휘곤 구동희 구민정 구정아 구정연 국동완 권경환 권기예 권기환 권순관 권순영 권순우 권시우 권아현 권혜원 권병준 김경애 김경호 김경희 김기준 김나연 김남시 김다움 김도경 김동희 김미란 김미영 김범 김보경 김보람 김상돈 김선희 김설아 김성렬 김세진(1) 김세진(2) 김소라 김소철 김수연 김신재 김실비 김여명 김연용 김영글 김영수 김영옥 김예환 김정대 김정복 김정태 김주형 김지영 김지원 김지평 김지현 김지혜 김진 김진아 김진주 김진하(1) 김진하(2) 김천일 김청진 김태균(1) 김태균(2) 김태준 김하늬 김학량 김한은 김해주 김허앵 김현정 김현지 김현진 김현태 김형석 김혜원 김혜진 김홍석 김환희 김효선 김희상 남미가 남민지 남상수 남선우 남수빈 노기훈 노순택 노정연 노충현 노혜리 두눈 류한길 류희선 리영 마리 맹나현 맹지영 문기전 문성모 문영민 문지영 문혜진 민경현 박가희 박경룡 박규아 박동권 박동찬 박미주 박보나 박보마 박상은 박소연 박수민 박승원 박정인 박정혜 박재용 박준 박준영 박준호 박지아 박진강 박진아 박진영 박찬경 박찬응 박창서 박철우 박현정 박혜민 방혜진(1) 방혜진(2) 배미정 배은아 배한솔 배희경 백기영 백현진 변대섭 변웅필 변홍철 봄로야 빈진주 서고운 서기원 서재민 서현수 석대범 성효숙 손기환 손민지 손수민 손향기 손현선 손혜민 송민섭 송민정 송수빈 송은영 송지현 송호준 송효섭 송희정 신미경 신봉철 신재민 신현정 심채선 써니킴 안경수 안광휘 안기혁 안데스 안성석 안유리 안혜경 양성윤 양아치 양정은 양주혜 양철모 엄도현 엄선영 연미 염소진 오다인 오사라 오형근 우정수 우주연 우한나 우현정 유도영 유도하 유영미 유지원 유진아 유현미 유형주 윤동희 윤민화 윤세영 윤세화 윤재희 윤주경 윤주성 윤주희 윤지영 윤지원 윤태준 윤향로 윤혜민 음현정 이 단 이경 이경은 이기원 이다 이득선 이로경 이름 이명억 이문석 이미연 이부록 이상명 이생강 이성준 이성휘 이성희 이세현 이소 이소림 이수경 이수정 이수진 이승린 이승현 이아람 이영욱 이영철 이예림 이유림인 이윤이 이은영 이은정 이재욱 이재원 이재헌 이재희 이정민 이정우 이정헌 이정훈 이제 이주영 이주요 이준옥 이지연 이지용 이지원 이지혜 이초여름 이충선 이화평 이효진 이훈희 이희욱 임민영 임민욱 임성연 임수식 임옥상 임유정 임정수 임흥순 임희조 장근희 장다해 장동녁 장영주 장재민 장종관 장지아 장현정 장현준 장혜진 장효경 전다화 전미래 전민주 전상준 전석환 전영신 전지은 전진경 전하영 전효경 정서영 정승 정용국 정원철 정윤하 정은실 정은영 정지욱 정지현 정직성 정채현 정현 정혜주 정휘윤 정희승 조대현 조미형 조선령 조성준 조습 조여진 조영주 조은비 조익정 조정연 조정은 조종성 조지영 조지은 조향미 조현아 주연 지성은 진나래 진보라 진상태 진시우 진효선 진훈 진희웅 차재민 차지량 채선미 채영 채유수 천근성 최경주 최금수 최석태 최선영(1) 최선영(2) 최설 최애경 최연택 최유은 최윤 최윤희 최지은 최진욱 최창희 최태훈 하재용 한동빈 한성우 한성원 한소은 한예슬 한지인 한진 한행길 함정식 허민희 허상범 허수영 허예슬 허정인 현시원 홍광범 홍남경 홍영인 홍이지 홍이현숙 홍정표 홍정혜 홍준호 홍철기 홍태림 홍혜인 황신혜 황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