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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립미술관 '한국의 초상미술'전 / 채용신·박남재 등 55명 130여점
이세명 기자 | dalsupia@jjan.kr
▲ 변웅필 作 ‘한 사람으로서의 자화상’
근현대사를 살았던 인물의 얼굴을 통해 시대를 읽는 장이 마련됐다. 인물 묘사에 뛰어난 거장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전북도립미술관은 오는 9월14일까지 완주군 모악산길에 있는 미술관에서 ‘한국의 초상미술-기억을 넘어서’전을 개최한다.
채용신, 김은호, 장우성, 변월룡, 김기창, 박남재, 박민평 등 작가 55명의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등 130여점이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지난 2012년 ‘‘채용신과 한국의 초상미술-이상과 허상에 꽃피다’, 지난해 ‘역사 속에 살다-초상, 시대의 거울’에 이은 세 번째 초상화 전시다.
올해는 5개의 주제로 전시를 구성해 1부 ‘어떤 삶’, 2부 ‘초월, 시대를 넘어서’, 3부 ‘기억, 역사의 그늘에서’, 4부 ‘대면, 황토현 사람들’, 5부 ‘성찰, 삶의 주체로서’로 조선 말기부터 현대를 사는 작가가 시대와 사람을 보는 시각이 담겼다.
특히 40년 가까이 전라도에 머물며 유학자와 항일투사의 초상을 그린 석지(石芝) 채용신(1850~1941)의 작품을 중심으로 초상화가 지니는 사료적, 사회적 의미를 재조명했다. 더욱이 동학농민혁명을 주도했던 민초의 모습도 조망했다.
1부에서 두드러지는 인물은 독립운동과 반독재의 삶을 살았던 심산 김창숙과 독립운동가 황현이다. 고고한 기개를 품은 그들의 얼굴이 드러난다.
2부에서는 근대기 조선 화단의 초상화를 보여준다. 전통 동양화 기법, 일본화의 영향을 받은 기법, 서양화법으로 제작한 초상화 등이 당대의 시대상을 반영한다. 채용신이 그린 ‘면암 최익현 선생 영정’과 ‘추수 김제덕 초상’에서는 수염 한 올 한 올과 옷의 자연스러운 주름에 카랑카랑한 인물의 성품까지 담았다.
부조리한 시대와의 불화로 재능을 인정받지 못한 허난설헌을 기린 설치 작품, 목각으로 재생한 성철 스님, 현대사에 기억돼야 할 이한열·박종철 열사 등이 3번째 전시장에 놓였다. 더불어 러시아에서 활동한 변월룡 작가가 그린 무용가 최승희의 월북 이후 삶도 볼거리다.
4부에서는 동학농민혁명 2주갑을 맞아 초상미술을 통해 역사를 살핀다. 민초의 역사를 소환해 혁명의 과정을 기록한 역사화가 크기로 압도한다. 효수된 전봉준의 두상과 송만규, 김준권, 정창모 등의 초상화, 이동재 작가가 녹두알을 붙여 만든 ‘녹두장군 전봉준’ 등이 소개된다.
류인 작가의 조각 작품 ‘싹트는 달-황토현 서곡’은 1894년 동학농민운동군이 정읍 황토현에서 관군을 무찌르고 첫 승리를 이룬 장면을 간결하고 서정적인 상징물로 표현했다.
▲ 채용신 作 ‘면암 최익현’
마지막 전시장은 예술가의 초상으로 구성했다. 삶과 시대, 예술을 성찰하는 작가와 지인의 얼굴로 역사의 단면을 기록한 작품이다. 초상 연작을 그리는 변웅필의 ‘한 사람으로서의 자화상’은 성별, 옷, 머리 등 개인의 특징이 나타나는 요소를 숨긴 인간을 묘사했다. 자신의 모습에 타인이 지니는 선입견에 물음을 던진다는 해석이다.
도립미술관 관계자는 “거대한 사회와 역사에서 개인의 의미와 삶을 살피는 의도에서 전시를 기획했다”며 “굴곡진 한국의 근현대사 속에 살았던 인물들과 조우하고 그들을 기억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시 개막일은 17일 오후 3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