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joins.com/article/4059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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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림 윤종석(40)+글 이원(42) 시인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다. 그림에도 불구하고다. “그린다는 것은 쓰는 것이다. 뒤집어보면 쓴다는 것은 그린다는 것이다. 미술은 저마다의 이야기로 쓰이고, 글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려진다.” 이 전시를 기획한 박준헌 아트유니온(Artunion) 대표에게 미술과 문학은 그래서 이란성 쌍둥이다. 그림에도 불구하고 글이 떠오르는.

 

‘그림에도 불구하고’전, 3월 5일~4월 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인터알리아 아트스페이스, 문의 02-3479-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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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그림 변웅필(40)+글 김민정(34) 시인
그가 “개념과 자본이라는 안개에 휩싸인 현대미술이 가야 할 길을 문학에 물어보고자” 한 이유다. 지난해 다섯 명의 문인과 다섯 명의 화가가 짝을 이뤄 서로의 작품을 해석하고 그 견해를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냈다. 화가와 문인의 마리아주(Le Mariage·결혼)라 할 만하다. 결실이 없을 리 없다. 문인들은 파트너가 된 화가의 작품에 대해 나름의 해설을 썼고, 화가들은 파트너의 작품에서 단초를 잡아내 작품 하나에서는 자신만의 이미지로 승화시켰다.

 

2 그림 이상선(41)+글 신용목(36) 시인 3 그림 정재호(40)+글 백가흠(36) 소설가 4 그림 이길우(43)+글 김태용(36) 소설가
그들은 그렇게 서로 경계를 넘었다. 이 작업은 동명의 제목을 지닌 일종의 해설서로도 개막에 맞춰 출간(문학동네)됐다. 다섯 커플의 대담 녹취록이 각각 실려 있는데, 전시를 보기 전 일독을 권한다. 책을 읽고 가면 그림들이 분명 말을 걸어올 것이다. 아예 수다를 떨지도 모른다. 그림에도 불구하고.

 

1,그림 윤종석(40)+글 이원(42) 시인
사연이 있는 옷을 골라 그 옷을 접어 어떤 형태를 만드는 윤 작가. 물감을 넣은 주사기로 하나하나 점을 찍어 캔버스 위에 그 형태를 완성한다. 그런 ‘노동집약적’ 작업에 이 작가는 경의를 표한다. 그는 “잡념 없이 정진하는 것, 그것이 열정이다”라는 윤 작가의 말을 빌리며 그 표현이 너무 좋다고 했다. 이원의 시집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를 읽고 윤종석 작가가 그린 ‘산다는 것’(2010), acrylic on canvas, 97*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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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림 이상선(41)+글 신용목(36) 시인
고교 시절 이미 이상의 텍스트에 심취했다는 이 작가는 ‘아해’ 시리즈를 하면서 배고픈 아이가 없어져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그림 속 꽃은 바람꽃이란다.그런 이름의 꽃이 실제 있다고 했다. 신 작가는 그 꽃들이 “걔네들이 살아가야 할 시간의 역사는 아닐까, 또는 그들의 마음결이면서 그들을 부유하는 세계 같은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고 말한다. 신용목의 시집 '바람의 백만 번째 어금니'를 읽고 이상선 작가가 그린 ‘兒孩-날으는 들꽃’(2009), acrylic on canvas,130*162㎝

 

3 그림 정재호(40)+글 백가흠(36) 소설가
정 작가는 백 작가의 소설이 “완전히 무겁지만은 않고, 그러고 보니 대놓고 무거운 것 같은데 뭐랄까 유머, 가벼운 면도 느껴져서 좋았다”고 말한다. 이에 백 작가는 “(그림 속) 작품 안의 세계는 모든 것들로 꽉 차서 무지하게 시끄러운 세계인데, 실제로 드는 느낌은 정말 고요해 보인다”며 소감을 밝혔다. 백가흠의 단편소설 '루시의 연인'을 읽은 정재호 작가가 그린 ‘Vulnerable’(2010), oil on canvas, 91*117㎝

 

4 그림 이길우(43)+글 김태용(36)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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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는 인두로 종이에 구멍을 뚫는다. 하나하나 뚫는다. 원래는 향불로 구멍을 뚫었다. 구멍 뚫린 종이 뒤로 다시 세 장을 배접한다. 영화의 오버랩 기법이다. 이에 김 작가는 자신도 텍스트에 구멍을 뚫을 수는 없을까 고민한다고 말한다. 김태용의 단편소설 '풀밭 위의 돼지'를 읽고 이길우 작가가 그린 ‘舞嬉自然’(2009), korea paper, soldering iron, indian ink, coloring, paste, coating, 129*197 ㎝

 

5 그림 변웅필(40)+글 김민정(34) 시인
변 작가는 붓질을 가로로, 좌에서 우로만 한다. “전시장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데 컬러나 붓터치가 다양하면 얼룩이 지기 때문”이란다. 빛의 반사효과를 고려한 ‘과학’이라고 설명한다. 김 작가는 “시보다 소설에 가까운 드로잉”이라며 “서사가 잔뜩 들어있어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김민정의 시집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를 읽고 변웅필 작가가 그린 ‘self-portrait as a man <6♡9>’(2010), oil on canvas, 120*1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