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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분위기의 일그러진 자화상으로 입지를 다진 화가 변웅필(39)이 서울 신사동의 갤러리현대 강남(대표 도형태)에서 자화상 전을 열고 있다. 날짜는 오는 4월26일까지. 스스로의 정체성과 인간의 본질을 꿰뚫고 있는 그의 작품을 만나보자.

 

▶일그러진 그의 모습에서 나를 찾다-변웅필의 자화상= 화가 변웅필은 자신의 초상을 사진으로 찍은 후 개성과 사회적 신분을 드러낼 수 있는 요소(눈썹, 머리털, 옷)를 제거한, 색다른 자화상을 선보이는 작가다. 특히 유리판에 얼굴을 누르거나, 손으로 밀어 일그러뜨려 잔뜩 찌그러진 인상의 초상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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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웅필의 초상화 작업은 독일유학시절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 수없이 번뇌하던 것에서 출발했다. 그 시절 자신을 포함한 인간 존재에 대해 무수히 많은 질문을 던졌던 작가는 이후 단순한 선으로 비특정적 인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곤 10년간의 유학을 마치고 귀국해 선보인 작품이 ‘한 사람으로서의 자화상’ 연작이다.

 

대부분 자신의 얼굴이지만 작가는 눈썹이며 수염까지 모조리 없애 스스로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형상화했다. 따라서 작품이 캔버스에 옮겨지면 그 초상은 이미 작가 변웅필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의 모습이 된다. 즉 관람객인 나의 자화상일 수도 있고, 우리 시대 누구나의 자화상일 수도 있는 것. 그는 이같은 열린 개념의 초상화를 통해 매순간 끊임없이 변화하는 인간이란 존재의 혼돈과 불안을 표현한다.

 

변웅필은 ‘그림을 그린다’대신 ‘그림을 만든다’고 말한다. 화면을 넓게 오가며 수평으로 그어진 붓자국들은 평면에 형상을 그리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형상을 새롭게 만들어내는데 힘을 쏟는 것.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회화 본연의 특징인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에 대해서도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하나의 같은 이미지를, 서로 다른 크기의 캔버스 2개에 옮겨 16쌍(총32점)의 작품을 내놓은 것도 그 때문. 한 작품은 90X75cm, 다른 작품은 4배가 큰 180X150cm로, 작가는 같은 이미지라 할지라도 회화의 경우(판화와는 달리) 각각 원본이 가지고 있는 아우라가 엄연히 다름을 우리 앞에 보여주고 있다. 02)519-0800


이영란 기자/yrlee@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