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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웅필(37)은 머리카락에 눈썹도 없고 옷조차 입지 않은 민머리 사내의 초상화로 주목받는 작가다. 자신의 얼굴에 테이프를 붙이거나 찌그러뜨린 채 그린 자화상은 지난 5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에서 17점이나 팔릴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작가는 본인의 얼굴을 거울에 비춘 채 리모컨으로 찍은 사진 가운데 마음에 드는 표정을 그린다. 강렬한 시각적 충격을 던져준 초상화에 이어 이번에는 드로잉 작품을 선보인다.


8∼26일 서울 인사동 두아트갤러리에서 ‘설렘’이란 제목으로 드로잉전을 여는 것. 전시를 앞두고 만난 작가의 첫 마디는 “대머리가 아니죠?”였다. 작품은 자신의 얼굴을 직접 그린 것이지만, 실제 작가는 강한 인상도 아닌 그저 평범하고 순한 얼굴이었다.
그가 그린 민머리 사내는 10년간 독일 뮌스터미술대학에서 공부하면서 느낀 정체성 혼란을 상징한다. 이번에 내놓은 드로잉들은 자신의 유화 초상화의 바탕이 된 작품들로 역시 민머리 사내들이 주인공이다.


눈썹도, 콧대도 없는 민머리 사내는 한국남성과 결혼한 일본 여성이 그린 만화 ‘새댁 요코짱의 한국살이’에 나오는 주인공과 닮았다. 이 만화를 그린 다가미 요코는 낯선 땅에 시집와서 아무 것도 몰라 헤매는 본인의 모습을 민머리 캐릭터로 표현했다고 한다.


인물이 중심이 된 변웅필의 드로잉은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 주는 듯하다. 작가는 “동시대 삶을 담아내는 그림은 잡지나 영화 속에서 본 듯한 이미지를 그려내는 한계가 있다.”면서 “그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아무런 연관이 없는 사물과 인물들을 한 공간에 배열했다.”고 설명했다.


작가가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소라껍데기, 오토바이 헬멧 등은 드로잉에 등장해 관객들에게 각자의 경험으로 사물을 바라보게끔 한다. 작가는 드로잉 사이사이에 벽화를 그려 넣는 작업도 했다.


‘여고동창생’‘살인사건’‘연예인 지망생’ 등 재미있는 제목이 붙은 작가의 그림을 보며 천만갈래 상상력을 펼쳐 보는 것은 어떨까.(02)2287-3528.


윤창수기자 ge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