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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상화를 통해 본 '현대인의 표정'
얼굴 또는 초상화에는 당대의 철학이 담겨 있다. 그 시대 사람들이 바라보는 세계관에 따라 인물을 담아내는 방법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대, 한국인의 초상은 어떨까? 철학과 담론이 넘쳐나는 사회답게 그 양상 또한 다양하다.
갤러리M(053-745-4244)에서 24일까지 열리는 ‘I & Another me’(나&또다른 나)전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 참가한 3명의 작가(고낙범 변웅필 허양구)는 모두 인물상을 크게 담아내지만 그 방법은 서로 제각각이다.
고낙범(47) 씨는 주변의 인물을 담아냈다. 일본 삿포로로 가는 길에 도움을 받은 한 일본 여인, 양어머니 같은 존재의 노파 등이다. 고 씨는 이들 인물에서 느끼는 주관적인 감정을 단색조의 컬러로 담아낸다. 이 ‘초상화 시리즈’는 5가지 색으로 마치 ‘오방색으로 사람의 품성을 동양의 우주론적 사고로 담아낸’ 작품이다.
변웅필(37) 씨는 자신의 얼굴을 그렸다. 그러나 자세히 보지 않으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화면 속 인물에서 개인적인 특성을 모두 제거해버렸기 때문이다. 머리카락이나 눈썹 수염은 물론 옷도 제거해 버렸다. 얼굴은 무표정하고, 온갖 손동작으로 얼굴 형태까지 무너뜨렸다. ‘얼굴이 지니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본연의 모습’만을 담아낸 것이다. 변 씨는 “독일 유학 시절 정체성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한 작업”이라고 설명한다.
한편 허양구(36) 씨는 ‘현대인’의 표정을 담아냈다. 거대한 현대인의 얼굴은 왠지 흐리멍덩해 보인다. 무언가에 홀린 듯 눈동자는 초점을 잃은 것 같다. 바로 ‘정신적으로 공허한’ 현대인의 모습이다. 화면을 가득 채운 이 ‘숨막힐 듯 압도하는 얼굴 형상’은 ‘우리는 무엇을 찾아 헤매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권소희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는 세 작가의 시선을 통해 일상의 삶에서 우리의 또 다른 얼굴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