小說의 변,웅필 – 붓으로 써내려간 이야기
일그러진 얼굴 속 존재의 본질 찾기
그의 자화상에는 눈썹, 머리카락, 웃음, 슬픔, 분노 등의 디테일한 모습과 감정이 배제되어있다. 인물의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가림으로써 누구인지 알아챌 수 없도록 의도했다.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는 시선에 ‘사람은 누구나 같고, 나름의 가치가 있다’는 작가의 생각을 담아 역설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독일 유학시절, 동양인으로서 겪어야했던 외모적 차별과 편견에서 작업의 모티브를 얻은 그는 “누가 주문하지 않아도 작가들은 꾸준히 자화상을 그렸다"며 "자화상을 그리는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화가 자신의 모습이고 ‘나는 누구인가’ 하는 물음인 동시에 자아 표현의 가장 첨예한 형태"라고 말한다.
그가 그리는 그림은 개인의 자화상 형상이지만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작품으로 진화했다. 작가 또한 "결과적으로는 온전한 내 모습이 아닌 또 하나의 괴기스러운 모습을 창조하는 결과만을 얻었을지 모르지만" 그러한 시도가 "예술적 작업과 연관이 아주 깊다는 것은 분명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민머리의 '한사람으로서의 자화상'은 낯섬과 새로움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신의 얼굴을 통해 작가는 형상이 가진 외면만을 보지 않고 내면의 모습에도 조금 더 다가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너무도 주관적 시선인 아름다움과 추함의 경계, 아직도 공공연한 피부색으로 인한 인종적 차별, 서로 경험해보지 못한 성별에 따른 섣부른 태도, 그리고 직업과 사회적 위치에 따른 계급적 판단 등. 이런 수많은 선입관과 편견들로부터 나 또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작가노트)
3년 만에 열리는 이번 개인전에서는 작가 특유의 독창적인 화면 구성과 다양한 이미지를 통해 자신인 동시에 불특정 대상의 얼굴을 담은 소설을 그려냈다. 전시는 신작과 미발표작 24점 등을 선보이며, 총 27일간의 일정으로 진행된다.